내 몸을 움직여

2019.03.01 13:44

하양이24 조회 수:775

12GfkGB.jpg

 

겨울 메뚜기

 

내 받은 것 중의 얼마 떼어서

세상의 가난에게 헌금하겠다고

감사하며 살겠다고 손 내밀었다

 

그래 머리 굴리는 너희들처럼

억 소리 안나더라도 좋으니

몇 푼어치 일이라도 시켜다오

 

오늘 내 몸을 움직여 몇 목숨

벌 수 있을 거라며 길 떠나는

이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하루 일당 같은 해가 떠오르고

막노동이라도 하라는 소리에

간택 받은 사람처럼

땅에서 펄쩍 뛰어오르는

겨울 저 메뚜기가 날쌔다

 

저 검으퉤퉤한 지천명의 사내가

몸 팔려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일거리를 찾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가 들판의 메뚜기

같다고 평생 노동에 붙잡혀

뜨거운 한낮의 불길에 오래 튀긴 듯

 

새벽 바람을 하도 맞다보니

철근 같았던 팔뚝이

이젠 녹이 슬었다며

담배 쥔 손가락이 떨렸다

 

삼십 년 잔뼈를 자랑하는

이씨는 일감이 없다고

사흘을 놀다가 나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0 멈추지 않겠다 하양이24 2019.03.04 744
279 살려내는 강물 하양이24 2019.03.04 766
» 내 몸을 움직여 하양이24 2019.03.01 775
277 나의 기도 하양이24 2019.02.28 773
276 교만과 자기과시도 하양이24 2019.02.28 749
275 마음에 대못 하양이24 2019.02.27 799
274 삶이란 하양이24 2019.02.27 780
273 우연히 지나치는 길 하양이24 2019.02.26 812
272 퍼즐 하양이24 2019.02.26 796
271 한없이 추락한 하양이24 2019.02.25 792
270 작은 소원 하양이24 2019.02.25 758
269 산천 초목 위에 하양이24 2019.02.22 835
268 아침을 만난 영혼 하양이24 2019.02.22 812
267 시원한 듯 아쉬운 듯 하양이24 2019.02.21 801
266 인간의 바다를 열고 하양이24 2019.02.21 817
265 가슴을 열자 하양이24 2019.02.20 800
264 풍진세상 하양이24 2019.02.20 809
263 고독한 계절에 하양이24 2019.02.20 805
262 은행잎 떨어지는 하양이24 2019.02.19 805
261 새월의 경험과 지혜 하양이24 2019.02.19 796